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은 꽃을 심었다. 당일, 여러 지점을 돌며, 경찰들의 모진 폭력, 욕설, 압박, 탄압을 이겨내고 학생들은 꽃을 심었다. 이 나라의 바탕이자 현재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그 꽃. 그날, 학생들이 이 땅에 심었던 꽃은 바로 ‘민주화(花)’였다.
당시는 1960년, 3월 15일에 있을 정·부통령 선거를 맞아 야당(민주당) 부통령 장면(長勉)박사가 2월 28일 대구에 선거유세를 펼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미 부패한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통령 후보인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그리고 선거의 패배를 예감하며, 2월 28일, 장면 박사의 선거유세 장소인 수성 천변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구시내 공립 고등학교들에 일요 등교를 지시했다. 학교들은 단체 영화 관람이니 뭐니 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부패한 정부가 시키는 일을 개 마냥 따르는 학교의 말과 통제는 이미 학생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대구의 경북고, 대구고, 경북사대부고, 대구상고(현 경북기계공고), 대구농고(현 대구자연과학고). 대구공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8개의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거리로 나와 행진하였다. 이 나라에 심겨져 있었으나 제대로 봉오리를 맺기도 전에 죽어버렸던 꽃, ‘민주화(花)’를 다시 심기 위해서 말이다.
학생들은 전진했다. 계속 나아갔다. 나아가고,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그들은 중앙통, 경북도청, 대구시청, 자유당 경북도 당사, 경북지사 관사 등을 돌며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악행을 규탄했다. 하지만, 부패한 정부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곤 무력과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경찰들이 나타나더니 학생들에게 죽일 듯이 폭력을 휘두르고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로 인하여 몇몇 학생들은 심하게 다치기도 하였고, 많은 숱한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고통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굴하지 않았다. 나아가다 쓰러지고, 나아가다 또 쓰러져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아가며 꽃을 심기 위하여 노력했다.
아름다운 학생들의 노력이 계속되었다. 독재에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움츠려있던 언론들도 마침내 2·28대구학생의거를 보도함으로써 전국의 학교의 학생들도 잇따라 시위에 나섰다. 당시 독재정치의 억압스럽고 공포적인 분위기에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민주화를 바라던 기성세대들도 입을 다물고 있었던 시대. 이러한 때에 대구 학생들을 시작으로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처음으로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민주적 의사표시를 한 것이었다.
물론 고등학생들만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당시 시위의 주체가 고등학생들이긴 하였지만 그 주위 시민들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시민들은 경찰에 쫓겨 도피하는 학생들을 숨겨주고 응원하는 등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2·28민주화운동은 이승만의 부패독재정치에 지친 학생들과 국민의 반독재 시대정신을 담은 민주운동의 분출이자 결과였다.
2·28민주화운동, 이 운동은 마른갈대밭 불길처럼 빠르게 번졌고, 3·15마산의거, 4·19혁명, 4·26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져 마침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국민들과 학생들은 이 나라 최초의 민권 민주주의 혁명인 4월 혁명을 완수했다.
2·28민주화운동은 독재와 부정에 저항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대구 시민정신의 표출이었고, 국가의 민주적 정통성을 심는 정통성을 심는 선구적 역할을 한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100년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의 반외세 자주화 정신과 함께, 대구·경북 시·도민의 자랑스러운 시대정신으로 부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학생들은 이 땅의 그대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게 공부하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현재 그대들의 행복과 만족감 그 뒤에는 이 땅의 민주화라는 꽃을 짓밟아가며 희망을 착취하던 부패정권의 독재에 저항한 우리 대구시민들의 자랑스러운 항쟁정신과 노력, 투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결과로 얻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그대들이 이 땅의 민주적인 시민으로써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