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얼룩말은 사자 때문에...
대구공업고등학교 2학년 김민수
나는 오늘 토요일이어서 기분이 참말로 좋았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일 벌써 일요일인가 싶기도 하고 벌써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것도 참 세월 빠르다 싶기도 하고 내가 이 나이에 세월 빠르다 생각 하는게 이상한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 7교시는 사회수업을 들었다. 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수업시간에 조금 나왔다. 이번 대선에도 이승만이 또 출마한다고…
기이한 기분을 가지고 생각에 빠졌더니 어느새 종례 시간이 다가오고 친구들은 집에 가고 싶어 달릴 준비를 하거나 내일 뭐 할지에 대해 잡담을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셔도 그칠 줄 모르는 잡담과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그리고 선생님의 한마디로 친구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내일을 위한 기대는 싹 끊겨버렸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내일 학교에 등교해라.’ 고등학생의 꿈과 희망인 주말 일요일에 학교를 오라니 심지어 영화 관람은 무슨 갑작스레 그런 이유로 일요일에 학교를 오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다른 학생들도 다 의아한 표정으로 종례를 마친다.
나도 뭔가 의아하면서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하교하면서 친구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내 친구 영선이가 하필 곧 있을 대선 전에 등교를 한다니 이상하다 하였고, 영화 관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교를 오라니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확실히 이승만이 사사오입이라는 무슨 대통령 중임제를 잔머리 잘 굴려서 찬성시킨 것도 있고 이번 대선에 출마한 것도 있고 학생들은 이번 일요일 등교의 이유와 시기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고
나와 마찬가지로 이승만이 민주주의를 져버리고 법을 개정하였으며 민주주의 의식을 져버리고는 또 대선에 출마한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조금 뒤 각 학교 대표끼리 만나 회담을 나눴다. 이번 상황이 큰 일이 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를 비롯한 경북고, 대구고,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대구상고, 대구 농림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등 대표 학생이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해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라는 결의문을 작성했고 내일 나는…
아니 우리는 반월당에 모여 민주주의와 대한민국과 권리를 위해 모이게 되었다. 1960년 2월 28일 반월당 조회단에 경북고 학생부 위원장 이대우 등 몇몇이 올라가 결의문을 읽었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결의문이 반월당 전체에 울려퍼졌으며
그곳에 있던 약 1200명의 학생들은 12시 55분 나라를 위해 처음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우리는 정의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나아 갔다.
우리는 만세를 부르기도 하고 손을 들어 올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순조롭게 되는가 했으나 역시 큰일에는 큰 대가와 순조롭지 않는게 당연한 것이다.
경상북도도지사는 학생들에게 ‘이놈들 전부 공산당’라고 말하며 경찰들은 우리들을 막아섰다. 내 옆에 있던 친구거나 앞에 있는 학생들, 경찰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몇몇은 끌려갔다.
정의감에 불타오른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전의를 상실한 학생들은 불이 꺼져만 갔고 겁에 질린 학생들이 생겨났지만 한 두 명씩 결의문을 다시 떠올리는 듯 하며 다시 눈에 힘을 주고 나아갔다.
비록 경상북도도지사나 경찰이나 우리를 막고 공격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공격과 욕설에도 끄떡 거리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폭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러할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본 시민들은 경찰의 폭행을 막고 학생들을 보며 박수를 쳐 주었다.
다시 열 명, 서른 명 씩 학생들이 더 큰소리로 정의를 외치며 더 강한 눈빛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이렇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은 그 결의문을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들 말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 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가에게 공격을 받지만 분명 후손들은 알아줄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라고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나는 나라를 위한 피를 가졌으며 권리를 위해 일어섰다.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는 다른 학생 동포들과 같이 나도 나아가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져버린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내 정의는 나의 만세와 나의 눈빛에 담겨있으며 내가 바라보는 미래를 위한 꿈이다. 우리를 막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억압하며 우리를 깔보는 이승만을 나라를 져버리고 우리를 막는 녀석들을 우리의 자발적인 시위로 정의를 구현할 것이며
우리의 결의문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신념이며 우리의 발걸음은 미래를 위한 호소이며 우리가 뻗은 주먹은 정의를 위한 외침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것은 오로지 민주주의와 자유.. 후손들을 위한 정의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걸음을 막는다 해도 우리 뒤에 시민들과 후손들이 정의를 위해 다시 걸을 것이고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 될 것이다. 우리의 정의와 우리의 자유는 우리가 만들 것이고 그것을 막는다면 우리는 항상 나아 갈 것이다.
우리의 동포는 절대로 나약하지 않으며 우리의 정신은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 보다 맑을 것이며 절대 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자발적 시위는 끝이 났다. 잡혀간 120여 명의 학생들 중 대다수는 풀려났지만 주동자들은 아직 풀려나지 못했다. 경찰들도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잡은 것인지 경찰들의 정의가 우리와 반대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의 주장과 걸음을 막는 나라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권력을 차지하고 그 권력을 남용하는 그런 동물의 왕국 같은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얼룩말들이 사자 때문에 계곡에서 물을 못 마시고
풀을 뜯지 못하며 들 푸른 초원 위를 뛰어다니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사회에 빗대어 보았나? 그렇게 자유로이 뛰지 못하고 자유로이 나의 삶을 위한 것을 못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지 아직은 모른다. 그래도 이런 나라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얼마 못가 고통을 느끼고 점차 쇠퇴될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 하지만 강한자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약한 자가 없다면 강하다는 인식은 없어질 것이다. 반대로 강한 자가 없다면 약하다는 인식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를 보라 강한 자는 강한대로 약한 자를 억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둘이 공존하기에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도우며
약한 자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며 더욱 강해지고 그 노력을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그런 공존할 수 있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일어선 것이다. 얼룩말과 사자처럼 되지 않는 어느 한 곳이 독점하지 않는 둘이 공존하며 평등한 사회,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나는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라 잘 모르지만 나의 후손들은 우리의 고통을 공감해 줄 것이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기에 우리는 저항한 것이다. 2·28 학생민주의거. 우리의 걸음은 우리를 위한 것이었다.
우리의 목소리는 후손들을 위한 것이었다. 후손들이 알아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승만의 정권 차지를 위한 발악은 민주주의를 져버리는 것이었다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이었다고…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이어받고 우리를 이해해주고 묵념할 때 우리가 잘 한 거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