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두려움 앞에서 외치다
성광중학교 3학년 진수현
2월은 추운 시기입니다. 아직 겨울이 지나가지 않아 춥고 바람은 불어 더욱 사람들의 몸을 떨게 만드는 시기입니다. 이런 날씨 속에도 대구는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구는 뜨거웠습니다. 오랜 시간 유지되어온 독재를 학생들은 두고 볼 수 없었나 봅니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의 삶이 피폐해지고 추운 겨울을 견디고만 있었을 때 학생들은 겨울을 쫓아내려 했습니다. 자신 앞에 놓인 수많은 총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몸을 내던졌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다리는 떨려왔습니다. 두려움에 몸은 굳어갔습니다. 하지만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두려웠을까요? 다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될까봐 두려웠을까요? 친구들을 잃을까봐 두려웠을까요? 학생들은 두려워했습니다. 어쩌면 이 겨울이 끝나지 않을까봐 두려워했습니다. 그 두려움 섞인 발걸음으로 거리를 메웠습니다. 그 한걸음은 다른 사람들을 집에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발걸음은 점점 많아져 갔습니다. 이윽고 발걸음은 하나가 되어 겨울을 내쫓았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어떻게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가진 두려움은 무엇일까요? 내일의 시험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숙제를 덜 한 사실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우리는 이러한 두려움 앞에서 쓰러지고 있습니다.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을 모른 채로 두려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날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눈앞에 놓인 높고 높은 벽. 이 벽 너머에는 분명 따뜻한 봄이 있겠지요. 우리들은 이런 벽 앞에 서서 두려워 떨고만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서 단지 잘못된 것을 중얼거릴 뿐 변화의 외침은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의 이 시기가 2월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다가오나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 어쩌면 추위에 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떠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학생들은 이 추위를, 이 두려움을 견디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정치는 어른들이나 아는 것이라며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으로 겨울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 올바른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습니다. 우리가 다시 되찾아온 이 나라를 저는 다시 빼앗기기 싫습니다. 그 누구에게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다시는 빼앗기기 싫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뀔 것입니다. 나 하나가 외치는 목소리가 모여 이윽고 커다란 함성이 되리라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우리의 나라를 위해 외칠 것입니다. 두려움 앞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외침이 모여 온 나라를 뒤덮고 올바른 나라를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가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에게 이어져 온 이 나라를 우리는 지킬 책임이 있다는 것을.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흘린 피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저 멀리서 봄이 오는 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