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꽃은 타지 않는다
대구여자고등학교 1학년 배민경
불그레한 꽃잎들이 자신을 뽐낸답시고, 여린 잎들을 펼쳐낸다. 실타래같은 구름은 하늘을 두둥실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푸른 꿈을 바치어 다른 꽃들을 피워냈다. 2월 28일 그들은 고요한 적막을 깨고 봄의 소리를 가져오기 위해 물을 뿌렸다.
나는 그저 들어만 보았던 2·28 민주화 운동, 그것은 그저 하나의 운동에 불과했다. 그저 4·19혁명과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시내에 오랜만에 나갔을 때, 나는 국채보상공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2·28공원에 버스정류장을 세웠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운동이었으면, 이를 공원까지 만들어서 기렸을까?
그 시절의 이승만 대통령, 아니 독재자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계속 대통령을 이어서 하기를 원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정선거를 해서라도 자신의 권위를 지켜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유세장으로 달려올 학생들을 막아야만 했다. 꽃이 될 수도 있는 새싹을 그는 바삐 밟았어야했다. 그래서 그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핑계들을 대면서 학생들을 등교시켰다. 그러나 새싹은 한 번 밟는다고 해서 쉽게 죽지 않는다. 그 새싹들은 계속 짓밟혀도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들, 즉 우리의 선배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모두가 그에 의해 움츠렸어도 다시 꽃을 피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행동, 목소리는 대구를 지나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그들의 행동은 모두의 새싹을 키워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운동, 그 민주운동은 결국 모두의 꽃을 피워낸 4·19혁명으로 만들어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동안 꺼왔던 불씨를 태워왔다. 그리고 이번 5월 우리는 푸르른 나무들과 불그레한 꽃들과 다시 마주 앉았다. 더 이상 새싹을 짓밟는 동물들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꽃을 피워내기도 전에, 거뭇한 불꽃이 우리를 휘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다. 검은 불꽃이 우리를 휘감는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쉽게 타버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꽃이나 나무가 된 이전의 새싹들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염 속에서 버텨낸 것처럼 말이다. 이 화염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라고 하면, 바로 우리가 서로를 휘감아서 서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도 발그레한 꽃들이 인사를 한다. 오늘따라 잎들이 오색빛깔로 비친다. 우리의 부모님, 우리,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자식들, 모두가 이러한 광경을 다시금 물려주기 위해서 서로를 위한다. 크나큰 위험이 찾아오면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는 그럴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