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교육감상)
우리에게 봄이 왔습니까?
상원고등학교 3학년 장지하
우리는 더 이상 먼지 가득한 세상은 싫다!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
우리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열아홉 살이다. 어제 갑작스런 학교의 부정한 등교요구에 나는 친구들과 뜻을 모았고, 지금 여기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나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함께이다. 한겨울의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기지개를 켜는 지금, 나는 봄을 맞으러 간다. 학생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이용해먹는, 우리에게 부당한 일요등교를 지시한 한겨울을 몰아내고, 우리는 자유로운 우리의 봄을 맞으러 간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정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조회단에 올라간 경북고등학교 학생회장 이대우가 읽자,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전한다. 이제는 우리를 가두어 놓았던 저 높디 높은 세상과 우리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 넓고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할 차례다.
“와아아아!”
우리는 맹렬한 기세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오천만명은 될 것 같은 학생이, 오천만개는 될 것 같은 자유로운 정신들이 반월당, 중앙통을 거쳐 경북도청으로 나아갔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우리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자유와 정의를 향한 우리의 횃불이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날이 정말 올까?
어른들은 우리가 북한에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놈들은 전부 공산당’이라고도 말했다. 우리가 수를 늘려가며 한 걸음씩 진보하는 동안, 어른들은 우리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붙잡고, 때리고, 억압한다. 친구들이 한명, 한명 잡혀나간다. 하지만 이미 불어난 눈덩이 같은 자유에 대한 열망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도망치는 우리를 시민들은 숨겨주었다.
이 시대에 자유를 원하는 것은 우리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시대착오적인 부정부패에 먼저 일어난 것이 우연한 계기가 우리였을 뿐이다.
이제 나에게는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아있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까? 우리를 억압하는 세력에 비해 하나도 잘난 것 없는 - 심지어는 나이도 어린 우리가 역사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미래가 있다면, 그리하여 미래의 그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큰 소리로 외쳐 묻고 싶다.
“봄이 왔습니까? 세상의 먼지가 걷어졌습니까? 이제는 모두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왔나요?”
우리는 발이 걸려 넘어지고, 두드려 맞고,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보며 그렇게 또 한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