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대구광역시장상)
같은 하늘, 같은 나이, 그러나 다른 우리
계성고등학교 2학년 정규빈
내가 대구에 이사 온 지 벌써 9년째다.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대구는 이미 나에게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하고 따뜻한 도시이다. 친숙한 곳이기에 대구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울 때엔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왔다. 그러나 2·28민주운동에 대하여 나는 아는 바가 없었다. 이 글을 쓰게 되면서 나는 비로소 2·28민주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2·28민주운동이 독재정권의 횡포와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일어난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의 자발적 민주적 저항운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나는 그 사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민주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던 그 당시의 상황들,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들, 역사적 의의, 그리고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들, 사전지식이 없던 나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그 사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올려 진 글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민주운동의 주체가 내 또래의 학생들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대구 지역의 고등학생들이었다는 사실, 그것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어떻게 나와 같은 학생이 정부의 부패와 횡포에 자발적 행동으로 대항할 수 있었을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나는 현재의 나와 내 또래의 친구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내 친구들, 즉 우리들은 매일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하고, 대학입학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 학교 밖에 대한 생각들은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TV프로그램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간혹 어떤 큰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한두 번 언급하는 것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지역이 같고, 나이가 같았지만 그 때의 그들은 학업과 개인적인 문제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서도 함께 고민하며 관심을 쏟고 있었다. 일요일 등교가 단순하게 학교 나오는 일이 아니라는 문제인식을 하고 있었고, 부패한 정권의 횡포라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학교에서 거리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들은 매일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매달 있는 모의고사, 그리고 내신을 결정짓는 시험, 거기에 다양한 교내 활동을 마치 개미가 겨울을 대비하여 식량을 모으듯이 끊임없이 채워가기에 바쁘고 또한 그것으로 인해 힘겨워 하고 있다. 그 힘겨움을 잠시 잊게 하는 관심거리는 TV프로그램이나 연예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들이다. 어쩌면 정치에 대한 관심,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그런 것은 대학을 간 후에 해야 할 일처럼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부모님들과 어른들도 그렇게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기에 그 때의 그들과 지금의 우리들은 같은 것 같지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다름 속에서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그 용기를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다고 생각한 그 일을 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시대와 상황, 환경이 어떠하든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학교 밖으로 나왔던 그 용기 있는 행동이 결국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4.19혁명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의 용기 있는 행동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암살’이란 영화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고 민족저항운동을 하였던 사람들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에 묻혀 살아갔지만 그 중 누군가는 옳은 일을 위하여 용기 있는 행동을 하였고, 그런 행동들이 결국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끌었다. 2·28민주운동에 참여했던 그들처럼 나는 대한민국의, 그리고 대구의 고등학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하고 싶다. 먼저는 학교 안에서 내가 지켜야 하는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킬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것이고, 필요하다면 나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이다. 혹시 그것이 나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거나 나에게 불편함을 줄지라도 묵인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용기를 실천할 것이다. 모두가 살아가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나와 같은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젊은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부모님 세대들은 직장과 자녀교육, 노후 문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문제에 싸여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가족의 한 사람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정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삐뚤어진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이 사회도 든든히 세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