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민주주의를 열망한 투쟁의 첫 불씨, 2·28
강북고등학교 1학년 심용재
민주주의,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이 단어는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 단어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그 말의 참뜻과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사회 시험을 치는데 이용되는 암기 대상일 뿐, 나와 같은 또래 중 누가 그 말의 의미에 크게 신경이나 썼을까. 자기들끼리 경쟁하느라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민주주의란 이미 ‘구시대의 단어’가 되어 머릿속에서 잊히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체 민주주의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에 잊혀 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 예를 들자면 물질적 욕구, 정신적 행복, 생명의 안전 등은 국가가 존재하기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허나, 국가가 있다고만 해서 국민들의 인권과 자유과 보장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한에서는 자유와 인권이 없는 비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그들의 안쓰러운 생활고를 보고 혀를 끌끌 차는 우리지만, 사실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야 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왜 모를까.
때는 바야흐로 1960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갑작스런 병으로 선거 출마를 기권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유당의 후보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었다. 후에 여당은 더 많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썼기에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유권자들의 기대와 관심은 민주당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유당은 부대통령의 확실한 당선을 위해 대구로 선거 유세활동을 하러 간 민주당 후보의 선거유세에 훼방을 놓았다. 당시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의 유세 동참을 막기 위해 여당은 각 학교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라고 지시를 내렸고, 학교 측은 시험 날짜를 앞당긴다니, 현장체험학습으로 토끼를 보러 간다는 둥, 억지스러운 핑계로 학생들을 불러내었다. 여당의 치졸한 저의를 간파한 학생들은 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학교를 나와 거리를 따라 행진하였다. 그들의 엄청난 열기와 의지에 감명 받은 다른 학교 학생들도 불의에 맞서기 위하여 행진에 동참하였고 주변의 시민들까지 그들을 옹호하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고향 대구에서 이루어진 ‘2·28민주운동’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일어난 이 움직임이 ‘4·19혁명’과 같이 민주주의를 열망한 투쟁의 첫 불씨가 되었고 현대의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웠다.
나는 내 자신이 만약 저런 상황에 놓였을 때 민주 운동에 가담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인권이라도 보장되는 시대이지만 1960년대에는 집권자에게 반항하다 체포되면 심한 고문을 당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질 텐데. 이것을 학생들이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존경할 만한지 알 수 있다. 그들의 용감한 시작이 파동을 일으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열정을 불태웠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 끝에 오늘 날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숭고한 역사적 운동을 다시 돌이켜 봐야하는 이유는 민주 혁명의 초석을 세운 ‘2·28운동’의 주체가 학생이었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바로 그들이 보여준 자신이 나라의 주권자라는 의식과 불의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정신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인들은 바쁜 자신의 생활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나랏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윗대의 사람들의 피땀 섞인 노력 끝에 얻은 자유와 민주의 사회를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내 나라의 주인이다.’라는 주권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60년 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으로 기술적, 과학적으로 많이 발전하였지마는 사회적, 제도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사회 발전과 더 나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골고루 수용하여 소외되는 소수 집단을 줄이고 이익간의 충돌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또 뜨거웠던 심장이 차가워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뭉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정신, 용기, 혹은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잘 해결되지 않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도 2·28민주운동의 정신을 되살려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굳게 믿는다.
사실 이 글짓기를 하기 전까지는 2·28민주운동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민주주의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도 말이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학생이면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희생을 무릅쓴 용기 앞에서도 숙연해지고 비민주적이고 불의적인 것들을 외면했던 나를 되돌아보니 더욱 부끄러웠다. 또, 국민들의 민주적인 참여 자세가 있어야 올바른 나라가 형성되고 우리의 행복도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다른 민주주의 투쟁의 시초가 된 ‘2·28민주운동’처럼 내가 먼저 나서고 먼저 행동하는, 그런 용기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 직장인들, 누구나 할 거 없이 ‘2·28민주운동’의 열정과 정신을 이어받아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길 희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