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민주주의의 터전을 일군 그들
강북고등학교 2학년 5반 김 민 제
21세기, 우리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권이 보장되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부당한 이유로 체포되거나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도 않습니다.
오늘날의 이 민주주의는 과거 우리들의 의로운 선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 선배들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그 어떤 희생도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의 나이는 18세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저와 같은 나이였습니다. 만약 저라면 그렇게 독재정권에 거부하고 대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민주주의를 외친 이들은 어른들이 아닌 ‘학생들’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민주개혁 운동을 학생들이 주도했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른들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기 힘든 일을 학생들이 해낸 것입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히 여겨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어린 학생들이 힘을 모은 것입니다. 이 학생들은 자신에게 고통과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사를 감행했습니다. 그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에 그저 숙연해질 따름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짙어졌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이들도 우리처럼 오로지 개인을 위해 행동했다면 지금과 같은 ‘자유와 평화’가 보장될 수 있었을까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사건은 선장을 비롯한 각자의 이익만을 챙기다가 발생한 일입니다. 그 속에서도 ‘박지영’ 승무원과 같은 살신성인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그녀의 희생정신은 2․28 민주운동 정신과 맥을 같이 합니다. 본인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 나아가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올바른 역사의식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들이 그들의 정신을 배우고자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우리 삶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벗어나 남을 위해 희생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들의 정신을 배우고 이어나간다면 대한민국도 멀지 않아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콜럼버스’의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콜럼버스는 달걀을 세로로 세우는 내기를 사람들과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걸 누가 못하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렸지요. 콜럼버스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달걀을 세로로 세웠습니다. 남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여겼을 때 콜럼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달걀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걸 ‘처음’으로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대구 학생들’이 1960년 2월 28일 달걀을 ‘처음’으로 세로로 세운 것입니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한 일을 자발적으로 해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훗날의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없었거나 더 늦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 즉, 불을 지핀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 어려운 일을 저와 같은 나이에 해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을 때 가끔 상상을 해봅니다. ‘우리라면 이들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말은 쉽지만 실제로 저를 1960년대로 데려간다면 저는 아마 학교 화장실에 숨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선배들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용기를 본받고 싶습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고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실패한다는 가정 하에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입니다. 일본이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로 계속 남아있으며 서울 올림픽 대신 나고야 올림픽이 열리는 등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민주주의에 대입시켜 보았습니다. 만약 1960년에 대구 학생들이 2․28 민주운동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은 독재 정권을 이어가고 3․15 부정선거도 아무런 제지 없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같은 영구 독재 정권의 늪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28 민주운동이 없었다면 마음속으로 민주화를 갈망하고 있었을 지라도 이미 확고하게 권력을 잡은 이승만 정권은 제2의 일제강점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지금보다 더 높이 평가해야합니다.
2․28 민주운동에 앞장 선 그들은 용감한 군인도 초능력을 가진 영웅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이 민주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민들의 사고를 성숙시켜 민주화를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입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이승만 정권 하의 민주주의는 ‘속 빈 강정’이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보다 나은 민주주의 정신이 실현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장기집권을 위해 부정선거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개표도 적법한 절차에 거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순수한 자유의지로 불의에 저항하고자 한 그들의 투쟁, 그리고 ‘민주주의의 터전을 일군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마음 깊이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