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익숙함에 속아
대구성서중학교 3학년 5반 한수현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자꾸 상상을 하게 된다.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흥선대원군이 우리나라를 조금만 더 일찍 개방했다면? 할 수 있는 상상이 너무 많아서 그 수를 셀 수가 없다. 그 중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건, 없었다면 제 2의 독일로 거듭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있다. 바로 ‘민주화 운동’이다.
역사 속 대구의 자랑거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조선 세종 때는 어려운 백성을 돕는 기관인 사창이 최초로 설치된 곳이자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나라가 강제로 떠맡게 된 빚을 국민 스스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먼저 일어난 곳이며 6.25 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이 일으킨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은 4.19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민주 공화정의 뿌리가 되는 조항이다. 모든 법의 기초가 되는 헌법에 멀쩡히 명시되어 있음에도 1950년대 내내 모든 권력은 한 사람의 독재자로부터 나왔다. 이승만은 자신의 권력을 무기한 연장하기 위해 발췌개헌안, 사사오입의 헌법을 두 번이나 통과시켰다. 그 때마다 바른 말을 하고 저항하는 국민들은 군인, 경찰, 깡패들에 의해 입막음을 당했다.
이러한 암흑 속에 1960년을 맞게 되었다. 그 해 2월 28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선거유세장에 오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일요등교를 강행하였는데 이 불의에 대구에서 학생들이 “학생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고문 받았고 교사들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후에 2.28 민주운동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대구 학생들의 마음이 점차 전해졌는지 3월 1일 서울 ·대전 ·수원에서, 8일 대전, 12일 ·13일 부산 ·서울에서 학생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의 내용도 점차 정치적으로 바뀌어 학생들은 하나같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외쳤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1960년 3월 15일, 제 4대 정 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유례없는 부정선거가 실시되었다. 세 사람 또는 다섯 사람씩 짝지어서 투표하게 하고 자유 당원에게 검사 받게 하였으며 투표소 주변에 자유당 완장부대를 동원해 민주당 지지자에게 위협을 주었다. 심지어 유령 유권자 조작과 4할 사전투표가 있는 등, 이 날 실시된 선거에서는 부정과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러한 부정선거와 계속되는 시위에도 갈수록 잔인해지는 자유당과 경찰의 무자비한 제지에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고, 시위 과정에서 사라졌던 마산상고 김주열 학생이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이에 전국 학생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치솟았다.
이어서 4월 18일 고려대생이 시위를 벌였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정치 폭력배들의 공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3,000명 중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는 다음 날 4월 19일, 학생들이 총궐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4.19 혁명으로 결국 이승만이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선거를 다시 하겠으며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겠다.”고 하며 하야 성명을 발표했고 이는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민권의 승리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들이 현재 민주화 운동으로 얻어내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피와 땀의 결실인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만약 2.28 민주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앞에서도 밝혔듯이 이 운동은 부정선거에 대한 최초의 항거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2.28 민주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었을 것이다. 계속되는 헌법 개정과 부정선거는 물론이고 뒤를 이은 대통령도 이승만의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까지도 우리는 독재정권에 고통 받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혹 다른 수많은 민주화 운동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훨씬 많은 사상자, 부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없다.’는 말은 우리나라의 발전이 없다는 말과 같다. 현재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북한의 경우, 3대에 걸친 독재 아래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감시받고 자유를 억압받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또 경제적으로도 남한에 비교해 뒤쳐진 상황이다. 그 이유는 알다시피 자신의 재산이 인정되지 않고 일의 양과 상관없이 똑같은 봉급을 받는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급회의를 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 또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평등을 존중해주고 장애인 우대제, 여성 할당제 등 역차별제도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듯 민주주의가 우리의 일상까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되레 민주주의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그것에 익숙하다고 해서 당연한 것이 아니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잊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을 놓치게 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대구의 아들딸들의 피가 헛되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함께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기억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