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밭을 잘 갈아야 농사가 잘 된다.
강북고등학교 1학년 3반 정 희 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4·19 혁명이라고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저도 그 사람들 중 한명에 불구했습니다.
대구에 살지만 2·28 민주화 운동을 몰랐던 저에게 이런 대회를 통해 알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과 이 대회를 주최하시는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흔히 민주화 운동 하면 4·19혁명이나 5·18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생각하다가는 큰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28 민주화 운동도 그렇습니다. 익히 들어왔던 4·19혁명이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역사적 의의나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2·28 민주화 운동은 최초이니만큼 엄청난 역사적 가치를 지녔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이 운동이 일어난 배경을 알아봅시다.
1960년 초, 이승만 자유당의 독재로 인한 여러 횡포와 부패가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참다못한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결국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지금의 제 나이인데, 저였다면 이런 용기가 아닌 그저 순한 양처럼 순응적인 태도를 가지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민주운동이 더욱 멋있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하며 최근에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세월호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그곳에는 저와 같이 겁을 먹고 순응적으로 행동하며 하라는 대로 하는 대부분의 승객들과, 몇몇에 불과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며 남을 구했던 소수의 승무원과 승객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28 민주화 운동을 이끈 학생들과 세월호 사건의 영웅들의 공통점을 보면 자주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굳건히 지킬 줄 알며 실천하는 대단한 영웅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세월호 사건을 인용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도 생각해봅시다. 만약 우리 중 아무도 이 모순된 사회를 벗어나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일제에 의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현실에 순응해야 했던 일제강점기와 정부의 횡포와 부패가 눈에 다 보이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까요?
또 우리는 앞서 영웅적이고 자주적이었던 학생들에 대해 얘기했다면, 그 이면에 있는 부정적인 내용도 다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웅들의 뒤에서 지켜만 보았던 다른 학생들이나 어른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들은 우선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나서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개인주의, 즉 이기주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그 감정을 얼마나 잘 통제하나가 관건이 됩니다. 민주 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은 이기주의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그저 바라만 보았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약 이런 개인주의가 만발하는 사회에서 누군가의 시작으로 점차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그 누군가가 누군지 앞에서부터 봐왔습니다.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린 바로 학생들이지요. 어떤 일이라도 초석이 탄탄해야 위에 올린 것이 무너지지 않듯 밭을 잘 갈아놓아야 거기에 심는 여러 작물들이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목을 정했습니다. 여기서도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져준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민주운동을 단지 최초의 민주운동이나 학생들이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은 독재당인 자유당의 이승만 정부에 대항하여 이뤄낸 자주적 성격의 운동입니다. 아무 도구도 없이 오직 자유를 향한 뜨거운 갈망만으로 이뤄낸 진정한 민주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다른 지역 곳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운동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3·15 부정 선거의 영향도 만만치 않았지만 앞선 2·28 민주 운동이 아니었다면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바라만 볼 수도 있고 독재 정치가 계속되어 진정한 민주정치는 더 오랜 시간 뒤에 실현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섬뜩해집니다.
도미노를 예로 들어 봅시다. 몇 분, 혹은 몇 시간을 공들여 만든 거대한 도미노 작품이 있다고 합시다. 만약 그 도미노에 누군가가 맨 처음 도미노를 쓰러뜨려주지 않는다면, 그 도미노는 절대 쓰러지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누군가가 그 첫 도미노를 쓰러뜨려 준다면, 도미노는 힘차게 달려 나가 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첫 도미노가 바로 2`28 민주화 운동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 시민으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것이 지금은 너무 생활이 익숙해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종종 나타납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우리가 너무 민주주의에 대해 모르고 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고장인 대구에서 일어난 일을 모른다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1960년 시작한 농사, 이만하면 풍년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