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2.28 정신을 본받으며
경북고등학교 2학년 4반 12번 김 세 현
대구시내 한 중앙에는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도 예쁜 공원이 있다. 바로 2.28기념 중앙공원이다. 푸르른 나무들과 분수대, 인공실개천이 흐르고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참 여유로운 대구시내의 오아시스같은 휴식의 장소이다. 그런데, 나는 이 공원의 이름이 ‘2.28기념중앙공원’이란 것을 안 지가 얼마되지 않는다. 부끄럽게도, 중학교 때 대구의 명소를 찾아보는 학교 숙제를 하다 이 공원이 그냥 단순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아니라 대구의 뜻 깊은 역사적인 사건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건은 1960년에 있었던 228민주화운동이다.
228민주화운동은 한마디로 독재와 불의,부정에 항거하는 대구 시민들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사건을 이끈 선봉에 자랑스런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당시 이승만의 자유당 정부는 영구집권을 위해 개헌을 했고,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를 맞아 부패와 부정으로 민심이 돌아섰음을 알면서도 부정선거로 집권을 연장하려 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던 2월 28일, 대구 시내에서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박사의 선거 연설회가 계획되자 자유당 정권은 학생들이 유세장에 몰릴 것을 우려해 대구시내 공립학교에 일요등교를 지시했다. 학교도 여러 가지 핑계로 이를 강행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학교를 뛰쳐나와 당시의 경북도청, 대구시청, 자유당 경북도 당사 등을 돌며 자유당 정권의 악행을 규탄했다. 그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고통을 받았고 교사들도 책임추궁을 받았다.
하지만 독재에 움츠렸던 언론도 학생들의 용기에 자극을 받아 2.28대구학생의거를 보도했고 그 뒤 전국의 학생들이 잇따라 궐기와 시위에 나섰다.
당시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고, 기성세대인 어른들도 말 못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고등학생들이 처음으로 독재에 맞서 자발적이고 민주적 의사표시를 한 것에 저절로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다.
너무나 가슴벅찬 것은 그 학생들의 중심에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자랑스런 선배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세기 전, 우리 학교 선배님이셨던 그 당시 경북고등학교 2학년, 1학년 800여명이 학교 내 교정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민주주의 실시와 학원의 자유, 학생의 정치도구화 반대를 외치며 운동을 이끌었다. 지금 내가 그 당시 선배들의 학년인 고등학교 2학년이다. 내가 만약 50 여년 전에 우리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면 나도 과연 선배들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2.28정신을 어떻게 받아들여할까? 우선 선배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굳센 실천력을 본받고 싶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정의를 부르짖는 정신, 억압과 회유에도 불의에 항거하는 강한 실천정신이야말로 현재와 미래의 내가 마음깊이 새겨야하지 않을까?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많은 부조리와 악습이 없어졌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개선되어야 할 관행들이 많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주위와 사회에 눈을 돌려 잘못된 것은 지적할 줄 알고 작은 힘이나마 개선시키는데 힘을 모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한다.
또, 학생들이 그 당시 부패한 정치와 사회 분위기에 관심을 갖고 항거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을 반성해보게 된다. 요즘 나를 포함한 우리 고등학생들은 대학진학이 가장 큰 관심사이고 목표이다. 대학진학이라는 경쟁체제 속에서 사회현실이나 정치에는 눈 돌릴 새가 없다. 하지만 2.28운동을 이끌었던 우리 선배들은 학업을 하면서도 사회와 정치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당당히 자신들의 의지를 펼쳤다. 나는 그런 학생이 되고 싶다. 나는 학생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실천해 나가는 2.28학생운동의 정신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2.28기념공원은 지금 한창 신록이 우거져가고 있다. 나무그늘 밑에 앉아 우리 선배들의 자랑스런 정신을 다시한번 되새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