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안녕한지 물어 보기 위해서는
대구상원고등학교 2학년 11반 정 혜 리
반만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닌 땅에서, 민주국가라는 기틀이 마련 된지는 7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민주국가로 가는 발걸음은 늦게 디뎠지만, 많은 발자국들이 남아있다. 그 중, 1960년대에는 부패한 정권에 대항하는 대구 학생 민주운동은 가난과 독재, 불의와 부정에 항거한 시민정신을 표출한 운동이었다. 그리고 해방과 더불어 수입한 서양식 민주주의를 한국판으로 재탄생시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후에 2.28 대구 학생 민주운동은 3.15 마산의거, 4.19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4.19 혁명으로 이끌어낸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는 2.28 대구 학생 민주운동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했다.
2.28 대구 학생 민주우동, 3.15 마산의거, 4.19혁명 외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노력은 끝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 5공화국을 반대하는 운동한 끝에 우리들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살아간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 운동과정을 듣고 배우며 같은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민주주의를 향한 마음, 우리들이 민주국가를 이뤄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정의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러 사건들을 직접 접해 보면서 나는 다른 생각들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명문대로 손꼽히는 고려대학교 학생이 학교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철도 노조 파업 후 수천 명이 직위 해제를 당하고,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는 밀양, 쌍용차 노조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자의든 타의든 이에 대해 침묵하는 학생들이 안녕한지 묻는 대자보를 써 붙였다. 이것이 뉴스, 신문에 보도되고, SNS를 통해 퍼지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 국민들을 일깨웠다. 마치 파도타기처럼 또 다른 대학생, 고등학생들도 그간 사회적 불평등 문제나, 이슈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소홀하고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안녕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 또한 ‘안녕들 하십니까?’와 같이 뉴스, 신문, SNS로 퍼졌고 한동안 대자보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이 민주적인 열풍은 그리 오랫동안 불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쉽게 끓고, 빠르게 식는, 꺼지는 냄비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보았다. 진실로 어떤 소수는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사건 이후에도 알게 모르게 민주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과 불편함과 억울함 들을 잊어버리고 지낸다.
그리고 키보드 앞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태도를 취하는 슬랙티비즘적 사람들은 이 열풍이 쉽게 끓도록 한 몫을 했다.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오히려 많은 헛소문과 가십들이 떠돌아다니며 의미가 왜곡되는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대참사가 한국에서 일어났다. 제주도로 떠나는 ‘세월호’라는 여객선 하나가 침몰한 사건이었다. 여객선의 침몰 중에서도 구조자, 실종자, 사망자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신속하지 못하고 정확하지 못한 아마추어 같은 대처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모든 국민들은 함께 슬퍼하고 오열했다. 사건 발생 약 3주후에 신문에서 세월호 관련 기사를 읽었다. 어느 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세월호 침몰 당시의 미흡하고 부족한 대처를 꼬집으며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학생은 신고를 했고, 학교 측에서는 해명을 요구하니, 교사 자신은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카페의 내용을 말한 것이고, 말한 내용에도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다고 뒷걸음질 쳤다. 이 기사를 읽고 대중과 권력 앞에서 쉽게 구부러지는 민주적 의지를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역사시간에 배우고 듣는 당당하고 숭고한 민주정신과는 상반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다른 면을 보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생기는 다른 이의 힘든 점에 대한 무관심, 권력과 대중 앞에서 구부러지는 민주적 의지라는 면을 말이다. 해방 이후 국가수립이 되고 훨씬 더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지만 정작 현대의 국민들은 지난 국민들보다 민주적 갈망이 부족하고 열정적이지 못하고 현실적 이익을 더 추구한다. 안녕한지 물어보기 위해서는, 많은 현대인들이 2.28 대구 학생 민주운동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각자 스스로가 그 부족한 점들을 메우려고 늘 자신을 바로 세우며 지내고,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무관심하지 않고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먼저 신경 쓰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