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녹는 아이스크림
강동고등학교 2학년 5반 최진영
195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었다. 깨물지도 못하고 핥지도 못할 만큼 꽁꽁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처럼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바로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한다. 이 민주주의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그 시절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위해서 변칙적 방법으로 행하였던 많은 일들이 냉동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로 인해 얼어붙었던 민주주의란 아이스크림을 2.28 민주운동이라는 온기가 녹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4.19혁명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실제로는 4.19혁명의 시발점이 2.28 운동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글을 쓰고자 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2.28 운동이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더 충격인 것은 2.28 운동의 주체가 학생이었다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속해있던 자유당은 선거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고, 민주당(야당)의 유세에는 청중이 동원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그 중 하나가 이 내용이다. ‘민주당 유세날인 2월 28일에는 동회와 직장 단위로 각종 행사를 열 되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유세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행사를 계속하는 한편 고교생들은 정치에 민감한 경향이므로 일제히 등교시켜 유세장에는 나갈 수 없도록 할 것.’ 일반 사람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도 정치도구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임시시험을 친다고 했고, 단체 영화관람, 토끼 사냥을 간다는 등 이런 저런 핑계로 학생들이 등교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자유당 속셈을 간파한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자유당에 대항해 2.28 운동을 이끌었다.
야당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고, 어른들도 말 못했던 그 시기에 어린 학생들이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크게 외쳤다. 독재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어린 학생들이 알고 있었고, 2.28 운동은 단순히 일요등교에 따른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뚜렷한 이성적 판단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2.28운동은 치밀하고 계산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독재정권으로 인한 부조리한 정치적 상황이 학생들마저도 울분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2.28 운동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져 3.15 마산의거. 4.19 대학생시위, 4.26 이승만 대통령 하야로 이어져 마침내 자유당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민권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하였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선배들의 투쟁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의 부조리와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비난만을 할 뿐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가 싹틀 시기인 60년대에 학생들이 주도하여 민주화를 위하여 정부에 대항했었던 2.28 운동과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뿌리가 내린 오늘날에 국민 전체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여 투표율이 60%정도인 것을 비교해보면 정말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생 회장, 부회장 선거를 장난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연설이나 공약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투표용지의 이름만 보거나 선거자의 얼굴만 보고 투표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선배들이 2.28 운동하는 걸 보았더라면 그들이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었을까?
2013년,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민주주의라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 시대의 일들이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일어난다면 어떨까? 입시와 취업 등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생각들을 하며 큰 시야를 가지지 못한 학생들. 아마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주의는 다시 얼어버릴 것이고, 이젠 더 이상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 될 것이다. 아무도 맛볼 수 없는 아이스크림 말이다. 우리는 사회가 잘못 되었다면 변화시킬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운동 하나 하나를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중 최고의 맛이라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