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대상
버려진 땅에서 아름다운 화원으로
-1960년의 학생들의 가르침-
강동고등학교 1학년 오 지 혜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다가 나의 이목을 확 끄는 한 뉴스 제목을 발견했다. ‘칠레 학생들, 교육 민영화 중단과 교육 시스템 개선 요구하며 시위.’ 2013년 4월 12일, 산티아고 도심에 있는 플라자 이탈리아에서는 중학생들과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도 동참하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구호로 외치는 형식의 평화로운 시위가 일어났다.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는 2011년부터 2년간 진행되어 왔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침내 교육당국은 이번 시위로 인해서 공립학교 시설 확충을 위해 1억 5800만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게 되었다.
이 뉴스 글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학생’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바꾸어 나가려는 자주적인 칠레의 학생들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충격, 감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대구 2·28민주운동을 접했을 때이다. 2·28민주운동은 나에게 첫 번째 충격으로 다가왔다.
2∙28민주운동은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의 횡포와 부패, 실정이 절정에 다다르며 국민들의 빈곤과 불법적 인권유린이 극에 달한 시대 상황에서 일어난 대구의 고등학생들의 자발적인 민주적 저항운동이다. 이승만의 정권유지를 위한 악행들이 계속되던 중에 장면 박사와의 선거 경쟁에서 불리하게 됨을 예감한 자유당은 유세장으로 몰릴 학생들에게 일요등교를 강행했고 학생들은 이에 분노하여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혁명의 시작종을 울린 것이다. 2·28민주운동을 시작으로 고교생들의 민주운동이 대전, 수원, 충주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3·15마산의거, 4·19혁명, 4·26이승만대통령 하야로 이어져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민권 민주주의 혁명인 4월 혁명을 완수하게 되었다. 즉, 2·28민주운동은 같은 해 4·19혁명의 씨앗과 길잡이가 되었고 더 멀리 나아가서는 현재 살기 좋은 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이라는 열매를 결실한 것이다.
나는 1960년의 학생들이 힘도 없고 경험도 없는 학생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겁고 무서운 ‘혁명’이란 것에 단지 우리나라만을 위해서 몸을 날렸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였다. 나도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17살의 학생이기에 나와 그들을 비교하여 생각하니 누군가가 나에게 돌팔매질을 한 양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저절로 그들을 우러를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같은 지역, 대구에 사는 시민으로서 그런 존경스러운 민주운동이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바로 이 장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기쁜 자부심과 존경심에 젖게 되었다.
1960년이나 2013년이나 학생들은 똑같은 학생이다. 여전히 어리고 힘도 없고 경험도 없다. 선생님과 부모님과 국가의 보호와 가르침 아래에서 자라는 같은 학생들이다. 하지만 1960과 2013년, 학생과 학생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보호해 주어야 할 힘이 있는 분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우리는 잘못되어 감을 알지도 못한 채 그대로 따라가지만 그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때로는 보호막에서 벗어나 맞서기도 한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는 딱 두 가지, ‘자각’과 ‘의지’이다. 현실의 상황을 깨닫고 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자각’과 자신의 계획한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고자하는 ‘의지’의 유무일 뿐이다. 자각과 의지의 유무의 차이는 수많은 머리숱 속에서 머리카락 하나의 차이인 것 같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최근에 문제가 되어가는 대구의 학생 자살사건들도 그 원인을 멀리까지 가서 찾아 볼 필요가 없다. 자살도 현재 대한민국 학생들의 자각과 의지의 결핍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무관심이나 폭력과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만의 작은 ‘혁명’을 일으키면 자살이라는 끔찍한 불상사를 말끔히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여, 2013년의 대한민국의 문제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각’과 ‘의지’의 결핍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1960년의 이승만 독재정권 야욕과 같은 그렇게 두드러지는 문제도 없는데 자각과 의지가 없다고 해서 크게 안 좋은 게 있는가? 물론 자각과 의지 없이 나라가 흘러가는 대로 놔두어도 지금 당장 나라가 망한다거나 국민에게 큰 피해가 오지 않고 잘 운영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제멋대로 자란 잡초들이 모인 버려진 땅과 같을 것이다. 작았던 잡초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여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버려진 땅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같은 땅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고 가꿔주면 아름다운 화원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버려진 대한민국이 아닌 아름다운 화원의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자각과 의식을 가지고 독재라든가 자살 등과 같은 잡초를 뽑아내고 관심이라는 따뜻한 햇볕과 애국심이라는 시원한 물을 주며 만들어나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 화원.’ 이제는 1960년 2월 28일 학생들의 무언의 가르침을 통해 버려진 땅이 될 번한 대한민국을 화원으로 가꾸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