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어머니께
대구 와룡고등학교 3학년 5반 박솔미
어머니.
밤이 별을 삼키는 밤입니다.
저는 별 부스러기 되어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밤은 아주 길겠지만 저는 은하수 한 조각 별 되어 지새울 것입니다.
잠자는 순이의 머리맡에 고무신을 두었습니다.
흰 비둘기 날아와 아침이 되면 순이는 깨겠지요.
긴긴 밤 꾼 악몽은 떨쳐버리고
흰 고무신 두 짝 신은 채 달리겠지요.
달리다 넘어져도 일어나 다시 일어나 달리겠지요.
제 뒤를 따라 날듯이 달려올 것입니다.
어머니.
지금은 은빛으로 언 강이 꽃뿌리를 적시지 못하고 있지요.
지금은 차운 바람이 꽃가지를 흔들어대고 있지요.
그러니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꽃봉오리 봉오리가 안에서 안에서 스스로 영글며
아직은 터지지 않고 기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세차게 눈이 내리고 있지만
봄이 오면 봄비가 꽃봉오리들을 어루만져주겠지요.
그때에 그때에야
함빡 봄 머금은 그 순백 보드라운 속 잎사귀들 당당히 내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끝이 없을 것만 같던 밤이 끝을 향해갑니다.
저 너머 그리운 빛이 솟아오릅니다.
달이 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빛에, 그 소리에 제 두 눈, 두 귀가 모두 먼다 하여도 좋습니다.
뿌연 어스름 걷히고 산등성이 빼곡히 태양이 흩뿌려집니다.
이제 저는 갑니다.
어머니께서 이 편지를 보실 때 즈음엔
아마도 저는 없을 테지요.
그네들의 폭격 속에 있을 테지요.
혹은 우리들의 함성 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는 갑니다.
서러운 한 울렁울렁 흐르는 봄 개울을 맞이하러
이제 저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