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달빛
송현여자고등학교 1학년 3반 권 소 은
달빛이 희미해진 밤하늘에
거무스름한 빛이 감돌더니
이내 어둠은 달을 빼앗아 가버렸다
달을 여윈 밤하늘 아래에는
외로이 남은 백합들만
하얀 빛을 머금고 있다
이름 모를 바람이 꽃잎을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차디찬 빗방울이 가느다란 줄기를 내려쳤다
검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 어린 목숨들의 하얀 빛마저 거두어갔다
어린 백합들은 하얀 빛을 잃고 붉은 눈물을 흘린다
수많은 외침과 울분을 담은 붉은 눈물은
어둠이 서성이던 바닥에 떨어졌다
하얀 빛을 빼앗긴 어린 백합의 꽃잎에도 닿았다
눈물은 밤새 하얀 빛이 사라진 꽃잎들을 붉게 물들였다
하늘이 다시 밝아오고
붉게 물들여진 어린 백합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어린 백합의 붉은 빛은 높디높은 태양을 머금고 더욱 붉게 타올랐다
검은 그림자가 다시 그 어린 목숨들의 붉은 빛을 거두어 가려 했으나
타오르는 태양을 감히 거두어 가지는 못하였으리라
붉은 태양을 머금은
붉은 백합 물결은 이 땅을 수놓으며
그칠 줄 모르고 퍼져나갔다
활활 타오르는 붉은 물결 앞에
이 땅의 검은 그림자는 자취를 감추어
그 뒷모습만 홀연히 맴돌 뿐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물러난 자리에는
더 없이 밝은 달빛이
우리의 땅을 은은히 비추었다
오늘 밤 하늘에 비치는 저 달빛도
이 땅에 살아 숨 쉬었던
어린 백합들이 찾아다 준
우리의 달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빛이니
저 하얀 달빛 아래 모두가 한마음으로
오래토록 이 땅을 비추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