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대상
꺼지지 않을 불씨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3학년 8반 35번 조현지
모든 것에 잘 순응하던 나에게
어항 속에 물고기처럼
하루하루 넋 놓고 헤엄만 치던 나에게
눈부시도록 하얀 아이가 다가옵니다.
“너도 하나 가져.”
그 아이의 손에는 불씨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불씨가 무엇인지 알지만 익숙지 않은 나는,
혼란스러움에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
나는 다시 뒤돌아 그 아이의 눈망울 속을 바라봅니다.
“엄매. 엄매.
울지 마이소. 걱정 마이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구마.“
암흑에 갇혀 죽어가던 숲속에 한 줄기 빛처럼 2월의 불씨가 타오른다.
첫 출발을, 민주주의를 기약하리라.
그 불씨는 점점 커지더니 4월의 불꽃으로 피어난다.
그곳에서 정의의 눈물들이 흘러흘러 땅속을 지나
여러 나무줄기를 타고 쭉쭉 올라간다.
아 올라가자. 올라가자.
꺾이지 말고, 굴하지 말고,
힘차게 힘차게 힘차게 올라가자.
숲이 밝아져 온다.
숲이 생생해지고 있다.
숲이 살아난다.
그 살아있는 눈망울 앞에
한 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져만 가는 나에게
“너도 하나 가져.”
하며 손 내미는 그 아이.
상처 많은 그 아이의 고운 손을
받아들이면 될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나는
왜 잠시 외면했을까요?
내가 불씨를 받아들고
깨달음의 미소를 지어주자
맑은 눈망울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사라져갑니다.
그 아이가 사라진 자리에
2.28이라는 비석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 기상이 견고한 비석에 녹아있습니다.
그 눈부신 비석 앞에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 비석에 담겨진 의미를 알기에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아지랑이가 아른거립니다.
“어머니, 어머니.
저분들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가 있는거죠?“
“그래. 우리도 그 정신을 이어받아
꺼지지 않을 불씨를 지켜나가야 한다.“
흔들림 속에서 그 하얀 친구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눈부시도록 하얀 나의 친구가 뒤를 돌아봅니다.
저 행복한 미소는 억압 속에서 피어난
고결한 위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