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가시밭 위 꽃길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 신유진
TV 예능프로그램에 오랜만에 나온 연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토크를 이어갈 때 MC가 “이 노래가 금지곡이었다는데 왜인가요?”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어디선가 들었었던 익숙한 노래들이 불과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금지곡이란 족쇄를 차야 했고, 그로 인해 가요 발전이 크게 지체되는 이유가 되었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졌었다. 그 시대엔 어렵사리 구한 판이 그야말로 보물 1호이고 음악다방의 신청곡 1순위는 단연 금지곡이었으며 어떤 가수는 방송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금지곡을 불렀다고 한다. 팬들과 가수들의 정부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이었다고 생각되어진다. 이렇게 노래 한번 듣기도 부르기도 힘들었던 시절을 지나 개방화되어 가는 시대를 만나 편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 과연 그 중 열에 하나라도 이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해하며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있을까?
중학교 시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배우던 국사시간. 다른 친구들은 가장 지겨운 시간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시간만큼 재미있는 시간이 없었다. 특히 근대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오던 잠도 달아나고 두 귀가 쫑긋쫑긋 두 눈이 동글동글 해졌었다.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수업인데도 민주화운동 파트에서 2.28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의아해서 버리지 않고 보관해 뒀던 참고서를 펼쳐보니 역시나 그에 관련된 이야기가 없었다. 교과서에도 실리어있지 않다 보니 모두가 아는 4.19혁명이 바로 대구의 2.28사태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시내에서 집에 올 때 항상 지나는 2.28공원을 보고도 2.28에 대해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30년 간의 민주화 운동 끝에 얻은 20년간의 민주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는 민주화라는 나무에 맛있는 열매를 맺었는가? 1960년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도시에 울리던 그날 경북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거리로 우루루 몰려 나와 대구 시청으로 내달렸다. 자신들을 향하고 있는 총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하던 그들은 경찰에 연행되지 않기 위해 무턱대고 도망치다가 문이 열려 있는 집으로 들어가,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숨어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이 바로 대구 2.28시위이다. 곧 이어 마산의 김주열군 사태, 4.19혁명, 4.26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등의 민주화 과정으로 이어졌다.
독재 정치로 인해 힘들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할 때 학생들이 부정부패에 대항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후에 많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 민주화의 싹을 띄울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 한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은 안 좋은 사건이 있어도 소위 냄비근성으로 인해 금방 식어버려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국민성을 반성하게 하고 항상 놀 궁리에 바쁘고 신문을 봐도 스포츠와 연예 쪽만 보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점점 줄어드는 투표율과 지역 이기주위가 빗발치는 요즘 민주화나무의 줄기가 메마르고 있다. 광우병 사건으로 청소년들이 촛불시위를 하고, 대학등록금 문제로 많은 사람이 시위를 하는 등의 일들로 메마른 민주화에 꾸준히 물을 주고 있지만 꽃잎을 보기가 참 어렵다. 민주화가 없던 그 시절을 기억하면서, 떠올리면서 민주화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민주화라는 열매를 아무런 노력 없이 누리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 28, 그 정신을 되새김으로써 다시 한 번 진정한 민주화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51년 전 민주화를 향해 달리던 그들의 당당한 발걸음을 기억하는가. 수많은 장애물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쉼 없이 생기는 상처에 덧나 곪고 아팠지만 꾹 참고 느리지만 꿋꿋이 가시밭길을 걸어 나가던 그 발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만큼 용감해질 순 없지만 그들만큼 깊고 진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꽃내음을 풍기는 발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