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독재’를 넘어 ‘민주’로, 그 다리는 우리가.
대구 덕원고등학교 3학년 3반 이 경 용
‘독재(獨裁)’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특정한 개인ㆍ단체ㆍ당파ㆍ계급 등이, 국가나 혹은 어떤 분야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모든 일을 단독으로 지배ㆍ처리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민주, 민주주의는 무슨 뜻일까?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하는 지향하는 사상을 민주주의라고 한다.
오늘 날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주권이 국민인 우리에게 있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 자치단체 장들이 우리를 위해 정치를 하고 있으니,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은 어떠하였는가. 과연 그 시절에도 국민에게 주권이 있고, 앞서 말했던 사람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시하였는가? 역사 시간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갑자기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게 되었는가. ‘갑자기’라는 말은 순간적이지만 무엇인가의 존재에 의해 변화하는, 즉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변화 요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세상 어떠한 것도 갑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과학에서 배웠듯이 물질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 질 때, 우리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이 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이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나기에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지, ‘전이 현상’이 없다면 물질의 변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독재에서 민주로 넘어갈 때에는 ‘전이 현상’과도 같은 ‘혁명’의 물결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리고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그것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학교에서 4ㆍ19 혁명을 배운다. 하지만 4ㆍ19 혁명이라는 것이 ‘4월 19일에 어디에 모여서 어떻게 해보자.’라는 말로 그렇게 쉽게 모여 이루어낸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대규모 시위 사건, 즉 변혁의 거센 물결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미동의 움직임이 존재했을 것이고, 아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ㆍ19 혁명만을 기억한다. 대구의 자랑인 2ㆍ28 운동은 뒷전으로 하고.
1960년 이승만 정권은 국가의 권력을 단독으로 지배하기 위해, 즉 ‘독재’를 하기 위해 투표장에서, 개표장에서 사전 투표도 모자라 대리 투표 등의 부정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민족임을 그를 비롯한 위정가가 잠시 잊었던 것일까.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깝게는 일제의 침략과 맞서 싸운 독립 운동가이며, 불의에 항거하며 죽음으로 맞섰던 사육신의 후예임을 그들은 잊었던 것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수성 천변에서는 야당의 후보인 장면(張勉) 박사의 선거 연설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자유당 정권의 폭압, 폭정을 갈아치우려는 열의가 가득했던 대구 시민들은 이날의 연설회에 구름처럼 모여 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거의 패배를 예감한 자유당 정권은 이성을 잃은 어린 고교생이 유세장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각 학교 단위로 온갖 핑계를 들어 등교하게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선배들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거센 반기를 들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의 선배들은 잠시 잠깐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눈속임을 충분히 깨우칠 수 있음을 몰랐던 것일까.
이렇게 시작된 독재에 대한 저항의 물결은 결국 4ㆍ19라는 드높은 파도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큰 것만 기억한다. 아니 큰 것만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생들의 모습은 큰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작은 움직임이 큰 물결을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올 해가 2ㆍ28 민주 운동이 일어난 지 51주년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2ㆍ28 민주 운동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구에서, 그리고 4ㆍ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음을 이 시대의 청소년들, 아니 대구에 살고 있는 학생일지라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 전 중간고사 후, 대구 시내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려고 친구와 약속한 적이 있었다. 영화 상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있을 무렵, 나의 발걸음은 2ㆍ28 민주 운동 기념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독재를 넘어 민주로 가는 험난한 길에 내 또한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나 한 것처럼 그런 숙연함이 가슴에 메여왔다.
역사는 순환한다고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가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ㆍ28 운동이 나무가 자라는 거름의 역할이었다면, 이제 지난 반세기 동안 그 나무는 무성히 자랐다. 이제 우리는 그 나무를 폭풍에도 끄떡하지 않는 강인한 나무로 더욱 크게 자라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