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2·28민주운동 글짓기 공모 수상작-금상
부끄러움과 반성
영송여자고등학교 1-8 9 박민정
이번 글을 쓰게 되면서 느낀 바를 두 단어로 말하자면, 바로 ‘부끄러움’ 과 ‘반성’ 일 것이다. 지금껏 학교 국어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번의 교외, 교내 산문 창작 활동을 해 왔지만, 이렇게 느낀 점을 직접적으로 글의 서두에 제시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유는 내가 ‘부끄러움’ 과 ‘반성’ 이라는 두 가지의 감정을, 매우 짙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대구에서 17년 간 살아온, 버젓한 대구의 시민이라는 것은 내 자신과 내 주변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대구 시내 버스를 타고 대구 안을 돌아다닌 경험도 적지 않았고, 친구들과 동성로 가는 버스를 타 본 적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일 터이다. 그리고, 그 버스들의 노선표 안에는 항상 2.28 기념공원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게도 항상 그것들을 지나쳤다. 2와 28이라는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가섰던 적이,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2.28 기념공원’ 이라는 단어를 보고 ‘아, 2월 28일에 일어났던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 기념하려고 공원을 세웠겠구나. 어떠한 불의에 대해 대항했던 운동이 일어났던 게 아닐까’ 하는, 어쩌면 전혀 빗나갈 지도 모르는 섣부른 추측이 나의 전부였다. 심지어 친구들과 여가시간을 보내러 동성로에 가게 되면, 2.28 공원 바로 앞에서 버스로부터 하차하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공원 안으로 들어가 그 안의 조형물 한번 쳐다본 적이 없었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대구 시민이 대구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때 보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야 한다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2.28 기념공원 앞에서 버스로부터 내리자마자 동성로의 유명한 맛집과 오락시설을 찾아 다녔던 지난 날의 나에 대해 끝없는 반성을 하며 2.28 대구학생민주운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예상과 같이 그것은 민주화운동이었다.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우리 또래의 고등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부당한 세력에 반하여 목숨을 내놓고 맞서라 한다면, 우리들을 지난 혼란의 1960년 2월 28일의 대구와 맞닥뜨린다면, 과연 우리들이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오늘날의 우리들이 격노하여 그들에게 맞선다면, 과연 그 격노의 원인은 일요등교에 대한 단순한 불만일까, 아니면 불의에 맞선 애국에서 우러나온 끓는 마음의 저항일까. 안타깝게도 나는 확답할 수 없다. 지난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항거한 운동들이 여럿 존재한다. 차디찬 겨울 같았던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 차별 교육과 일본인 교사의 한국 학생 멸시를 참을 수 없었던 광주 학생들의 6.10 만세운동, 그로부터 약 30년 후 자유 민주주의 이념의 실현에 크게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던 4.19 혁명 역시 학생들이 대다수 참여했었다. 그 후 광주에서의 5.18 민주화운동,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6월 민주항쟁을 일으킨 많은 시민들. 그리고 어린 중·고등학생들 역시 그 시민들 안의 커다란 부분집합이었다. 그 때 당시의 그 학생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나처럼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에도 무지한 학생들이 어딘가 또 여럿 존재 할텐데 말이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오늘날, 이렇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무자비했고 인간답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런 날들 끝에 오늘처럼 편안한 날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그 편안한 날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어서 깨달아야 우리는 하루를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고, 그 점을 깨닫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어나야 우리 사회는 더 발전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지난 역사의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그 감사함을 앞으로 우리가 이룩하는 나라 발전으로 보답한다면, 과거 희생당했던, 거리에서 잔인하게 피로 물들었던 사람들도 저 하늘에서 발전된 대한민국을 보고 기뻐할 것임이 틀림없다.